국내 IT기기 시장에서 동명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무게ㆍ두께 다이어트’가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제조사들이 앞다퉈 이를 자사 제품에 녹여낸 펫네임(애칭)을 차용하고 있는 것.
MSI코리아는 초슬림 노트북 X-Slim 시리즈의 첫 제품 ‘X340’을 28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쇼 세빗(CeBit)에서 공개된 이 제품은 가장 얇은 부분이 0.6cm에 불과하며 가장 두꺼운 부분도 1.98cm다.
16:9 화면비율을 지원하는 13인치 와이드 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또 인텔의 센트리노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초저전력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 전력소모가 기존 노트북의 1/6 수준이다. 이미 KTFT의 휴대폰브랜드 ‘에버’도 폴더폰 ‘X-Slim(모델명 EV-W470)’을 내놓고 시장 공략 중이다. 역시 2.8인치 LCD에 두께가 1cm도 안돼는 초슬림함이 특장점이다.
엣지폰과 디노보 엣지
엣지(edge)도 단골메뉴. ‘날카롭게, 날을 세우다’라는 의미로 패션계에서 보통 ‘자신만의 독특한 멋스러움으로 강한 매력이 돋보인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에 직선을 살린 제품들 애칭으로 인기가 높다. LG전자는 지난해 금속 소재에 ‘그라데이션(점층법)’을 적용한 ‘엣지폰(LG-SH470)’을 선보였고, 세계 최대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 로지텍도 ‘디노보 엣지’로 명명한 무선키보드 주력제품을 내놨다. ‘디노보엣지’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터치 시 블랙 유리판 위로 부드러운 오렌지 컬러의 빛을 발산하는 ‘동적 백릿 아이콘’이 특징. 두께도 1.1cm다.
LG전자는 아예 펫네임에 디자인까지 통일시켜 패밀리룩 효과를 노렸다. 누계 45만대 이상 팔리는 등 아이스크림폰 시리즈(1,2)가 인기를 얻자, 여기서이름을 딴 아이스크림 넷북까지 출시했다.
동명 열풍은 영역도 넘나들고 있다. 모바일 기기 전문업체 유경테크놀로지스가 이달 초 정식 출시한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빌립 ‘S5’. 포켓PC로 불리며, 홍콩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기기는 아이폰 전용 무선이어폰, 밀레의 진공청소기 등과 명칭이 같다.
엑슬림 X340
이렇듯 유독 동일한 이름을 지닌 IT기기가 많은 이유는 교체주기가 빠른 시장 특성상, 트렌드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 최신 이슈를 반영한 엇비슷한 명칭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S, R 등 알파벳 이니셜과 숫자를 조합하는 방식은 세련된 이미지를 전하는데 안성맞춤이여서 업체들이 선호하는 작명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슬림함, 감성적 디자인에 세련미를 두루 겸비한 펫네임을 고민하다 보니, 같은 이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출시된 다른 제품인 히트칠 경우, 인기에 편승하는 후광효과도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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